도대체 어쩌자고 나한테 이렇게 정을 주는겨....? 내가 니한테 뭐라고..
나는 너의 철저히 원수에 못된 아줌마 아녀?
자은이 너는 시방 기억을 못하는겨... 내가 얼마나 너한테 모질게 굴었는지...

그런데 어쩌자고 그런 내가 뭐가 좋다고 자꾸 따라붙고 나한테 식기세척기라는 선물까지 하는겨..
니가 돈이 어딨다고? 그 돈이 어디서 났다고?
일도 하나도 안하고 농장에서 일하면서 무슨 돈이 있어, 니가 이런 사치스러운걸 사는겨..?
너 바보여 아니면 아니면 정신이 나간겨...? 
내가 언제 너한테 이런거 사달라고 한적이 있어? 


가진건 지 몸뚱이 하나 가진년이 독하고 강하게 마음을 먹어야지 그라고 
마음약해서 이 모진세상 어찌살껴? 한번 당해보고도 그렇게 모르는겨....?

그려.... 나도 너한테 처음부터 이렇게 못되게 할 생각은 아니었어...
하지만 어찌보면 이 박복자 나에게도 딱히 따른 방도가 있었던게 아니여...
아저씨가 이리저리 사업한다고 여기저기서 돈을 날리고 평생을 고생하다가
처음으로 정착한 곳이 바로 이곳 오작교 농원이여.

처음에 왔을때는 아무것도 없었어.. 그저 황무지에.. 지금 배나무에.. 오리밭이 있었는줄 알어?
그래도 이게 처음 얻은 땅이라고 나는 이 땅에 엄청난 정성을 쏟았어..
너도 해봐서 알듯이 새벽 4시부터 일어나고 밤 늦게까지 일하는게 보통 정성이여?
하지만 그런 정성이 아니면 이 오작교 농원은 있을 수가 없었던겨...

너한테 이 농장은 단순히 니 아버지 백일호 사장이 물려주고 간 유산이겄지만, 나한테는 이게 자식이여. 
이 농장에서 태식이, 태범이, 태희, 태필이를 다 키웠어.
내 자신에게 신경을 쓰는것보다 더 이 농장에 온갖 정성을 쏟아부었지..
내게는 이 농장이 핏덩이었고 자식이었어.. 

그런데 니가 갑자가 어느날 와서 이 농장을 달라하는겨....
니꺼라는건 알고 있고 줘야하는것도 알고 있는게... 너무나 억울한겨...
40년동안 이 농장에 모든 정성과 노력 힘을 쏟았는데 그게 내꺼란게 아니라는 걸 알았때 
그 비참함을 아마 너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 못할껴....

그래서 처음에는 너와 같이 살아보고자 했던겨.. 

근디 3000만원을 한꺼번에 내놓으라는 부탁이 나도 더 이상은 어떻게 할 수는 없더라고...
아무리 이게 니 땅이라지만서도, 갑자기 아저씨나 나나 갑부들도 아닌데 니가 원하는데로,
3천이고 4천이고 매번 줄수는 없는일이잖어... 


그래서 내가... 죽일년으로 남기로 하고 니 각서를 훔친겨..
그려.. 평생을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던 내가 이렇게 니 각서를 훔친겨 천벌을 받을 짓이란것도 알어..
그리고 거기다가 너를 내쫓고 니 먹는 라면을 뒤집고 모질게 했던것도 알어...
니가 가족도 없이 혼자라는 걸 알면서도 내가 그렇게 한건 정말 못되고 나중에 천벌을 받을 
그러할 짓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서도 내 자식같은 농장을 갑자기 굴러온 너한테 줄 수가 없었던겨...

솔직히 나는 니가 그냥 포기하고 안 올줄 알았어..
비록 미안하지만 그냥 나를 저주하고 살어라~ 하면서 내가 저주받고
그냥 죄인으로만 남으면서도 이 농장을 나는 꼭 지키고 싶었던겨.... 

실지로 난 니가 진짜로 안 올줄 알았어... 설마 그렇게 까지 했는데 오겠거니 했지...
그런디 다시 돌아와서 나한테 일을 배우겠다고 할때는 기가차지만 솔직히 너무하다 싶기도 해서
한번 일을 시켜보기려 한겨.. 그리고 쌔빠지게 고생시키면 알아서 나를 떠나겠거니 하고...


그런디 말이여.... 자은이 너랑 있으니까 아들만 키우던 재미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는 걸 알은겨..
비록 너하고 나는 철저히 원수지만서도, 그래도 평생을 혼자 일하던 나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기
신기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그리고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좋기도허구...


그리고 니가 생리통으로 쓰러졌을때 있잖어... 내가 닐 보면서 참 못할짓을 시켰구나 한겨...
사실 내가 너한테도 말했듯이... 나도 딸아이가 있었거든... 
과연 니가 내 딸이었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고생시켰을까 하는 생각에 더 마음이 고통스러왔어..
그리고 니가 나보고 엄마같다고 했을띠... 그띠 태어나지도 못하고 죽은 내 딸이 생각나기도 혔고....

그려... 자은아... 이제는 다락방에 들어와서 정을 붙이고 살았으면 좋겠는디....
이 각서는 어떻게 한다냐......
니는 나를 좋은 사람으로 착한 사람으로 알고 있는디.....
만약 니 각서를 내가 가져간걸 알면 니는 얼마나 충격이 클껴....
그래서 그렇게 너를 몰아내고 미워하게 하고 했는디 결국 니가 이렇게 나를 좋아하게 만들고,
나도 니를 좋아하게 되버리니.... 다 내가 죽일년이여.....


자은아... 나 이제 어떻게 하면 좋다냐....
정말 니가 내 손에서 니 각서를 보고도 나를 용서해줄 수 있는겨....?
아이고... 자은아... 내가 이제 어떻게 했으면 좋겄냐....... 



제가 적었지만 정말 오그라들게 못적었다고 생각하네요 ㅠ.ㅠ
그러나 이 편지를 나름 처음 시도해본 것은 "박복자를 위한 변명" 을 한번 적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저 물론 저는 복자의 행동 자체를 정당화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어쨋든 절도는 절도이니까요.
그런데 "막장" 으로만 몰아간다고 생각을 한 것에서 잠시 떨어져서 생각을 해보니...

지나칠 정도의 인간적인 캐릭터가 박복자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인간적" 이라는 말은 통념적으로 사람이 좋은 것을 가리키겠지만 생각을 해보면
인간이라는게 항상 착하지만은 않은 부면도 있기도 하지요.


내가 20년이고 30년이고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새파란 여자아이가 와서 "내 집 내놔요" 하면,
선뜻 "그래, 그 동안 고마웠어." 하면서 집을 내줄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틀린건 아닐 겁니다.
그래서 복자는 처음에 회유책을 선택했지만 3000만원이고 요구하는 자은이에게 휘둘릴 수 많은
없다고 생각해서 극단적인 길을 선택했는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그 우발적으로 벌어진 범죄를 덮기위해서 또 다른 안 좋은 일이
벌어지는 "도미노 현상" 을 볼 수 있는것이지요.
작가의 생각을 100%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점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런지요...?

<오작교 형제들> 을 보면 사실 어느정도 "지나치게 막장이다" 라고 할 정도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본다면 실제 일어나고 있는 너무나 현실적인 것들을 하나의 여과없이 공개하기 때문에
충격적으로 다가오는게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욕을 먹을 각오를 하면서도 이러한 이야기를 전개해내가는지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어쨋든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 극단적으로 "절도" 라는 행위를 선택한 복자는 
현재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고 그 점을 맨 마지막에 막내아들인 "태필" 이가 보게 됩니다.
20회 미리보기를 보니 태필이는 엄마의 거짓말 및 절도에 배신감을 느끼고
삐뚤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마 태필이 뿐만 아니라 나중에 태희가 알게 된다면 태희 역시 큰 충격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자은이야 뭐 두말할 나위 없을 것이고 온 가족에 큰 충격과 쇼크에 시달리겠지요.
한 사람의 은밀한 잘못이 가족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오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 같군요.

그리고 제가 보기에 박복자라는 인물이 천성까지 나쁜 그러한 인물을 아닌것 같습니다.
원래는 좋은 사람이지만 뭔가 극단적으로 자기의 것을 지키다 보니 우발적으로 절도를 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자꾸 이런저런게 더해져서 정말 나쁜 사람같이 된 것이지요. 

어쨋든 <오작교 형제들> 다소 지나치게 노골적이긴 하지만,
인간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기획을 한게 아니고 그것을 통해서 뭔가 끌어내려고 하는가 하는
그러한 생각이 드네요.


내일은 태필이가 어떻게 돌변할지 지켜봐야 겠네요.
(그리고 조만간 유이 입장에서도 한번 편지를 나름 써보도록 해볼께요)

* 추신: 그나저나 참 드러날 정도로 "편지 시리즈" 만큼은 이웃 블로거님 "빛무리" 의 세발의 피도 안되네요.
           만약 그분이 쓰신다면 저보다 배가 뛰어난 편지가 나올텐데....
           어쨋든 앞으로 오글거리는 편지시리즈가 나와도 지켜봐주세요 ㅠ.ㅠ
           사투리라고는 써본적이 없는 제가 그냥 박복자 말투를 기억해서 써봤는데 어색하기 짝이없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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